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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팀 게임 리뷰] Against the Storm (정착지, 3만원대 게임 추천)

by 구름맛아조시 202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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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Steam

개발/배급: Eremite Games(개발) / Hooded Horse(배급)

출시일: 2023년 12월 9일

가격: 29,900원

장르: 정착지 개발 시뮬레이션 로그라이트

림월드 같은 게임 없나?

 정착지 개발 시뮬레이션은 적은 수의 정착민을 데리고 각자의 정착민에게 임무를 부여해 식량 및 자원을 수급, 마을을 점점 더 발전시켜나가는 형식입니다. 유명한 게임으로는 Frostpunk, RimWorld가 있습니다. 제대로 빠져들면 플레이 타임 몇십 시간은 우습게 흘러가버리는 장르입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이 몇가지 있죠. 플레이 타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정착지 관리, 잦은 재시작에서 오는 초반부의 지루한 반복입니다. 이런 단점들을 재밌게 해소하려고 시도한 게임이 바로 이 게임, Against the Storm입니다.

판타지풍의 정착지 게임은 신선한 맛이 있다.

 

 이 게임의 재미난 부분은 로그라이트 스타일을 어색하지 않게 섞었다는 것입니다. 정착지 게임에 로그라이트라고? 얼핏 생각하면 기껏 열심히 지어놓은 마을을 다 부수고 새로 시작하는걸 반복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해봤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죠. 왜냐면 어차피 정착지 게임은 재시작을 자주 할 수 밖에 없거든요. 중간에 망해버려서 새로 시작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 하고 싶어서 다시 해보거나.. 그런데 다른 게임들은 재시작하면서 쌓이는게 없지만, 이 게임은 재시작 하는 과정에서 해금 요소를 집어넣었습니다. 재시작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아니라 성취를 얻도록 구조를 바꿔놓은거죠.

정착지를 하나하나 늘려나가며 받는 보상들.

로그라이트에 정착지라니 감이 안잡혀요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다음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1. '그을음 도시' 인근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정착지를 개발.
  2. 정착지를 개발시켜 할당된 평판 목표치를 채우면 해당 지역 클리어.
  3. 클리어된 지역만큼 영향력이 넓어지며, 보상을 수여 받음.
  4. 얻은 보상을 이용해 '그을음 도시'에서 해금을 진행.

 위 플레이를 반복해서 정해진 시간을 다 채우게 되면, '파멸폭풍'이 발생합니다. '파멸폭풍'이 발생하면 세계관 설정에 따라서 전체지역이 리셋되고 지역이 무작위로 변경되게 됩니다. 그러면서 얻은 보상으로 조금씩 해금하고 점점 더 멀리 뻗어나가는 방식입니다.

그을음 도시 전경. 정착지를 클리어 할때마다 해금을 위해 방문하게 된다.
특전 해금을 통해 플레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여왕님은 느린걸 참지 못하셔

 하나의 지역을 클리어하기 위한 조건은 평판 수치를 채우기만 하면 됩니다. 평판을 채우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왕정의 '지령'이라고 부가목표가 있는데, 일정 시간마다 달성하면서 평판을 얻습니다. 아니면 정착민들의 만족도를 일정이상 유지하면 조금씩 평판이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비어있는 지역을 새로 탐험하게 되는 경우, 마주치는 오브젝트들을 해결하여 평판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막상 해보면 평판을 채울때까지 시간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일정시간마다 '여왕의 노여움'이라는 게이지가 상승하고, 이 게이지가 가득 차게 될 경우 해당 정착지 개발은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또한 비옥토를 제외하면 모든 자원은 제한된 매장량을 가지고 있어서 그냥 시간만 돌려놓고 룰루랄라한다고 클리어할 수는 없습니다. 정착지가 개발되고 시간이 지날때마다 발생하는 다양한 페널티들도 발목을 붙잡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쫒기며 정착지를 개발하는 쫄깃함이 있습니다.

달성할때마다 메리트를 얻는 지령들. 상황에 따라 아예 포기해야할때도 있다.
리스크는 있지만 탐험을 통해 평판을 올릴수도 있다.

임기응변!

 글 초반부에 이쪽 장르는 초반부 반복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대부분 초반에 하는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전하는 방향도 언제나 비슷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일부러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해보는 재미도 있지만, 항상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효율'이라는 점을 따지면 플레이 방식은 비슷하기 마련이죠. 그러나 이 게임은 그렇게 하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기본 제공해주는 건물들을 제외하면 지을 수 있는 건물들이 전부 랜덤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농장을 주세요 제발

 

 평판이 일정 수치를 달성할때마다 선택지중에 건물을 고를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시에는 3개의 건물을 주는데, 건물마다 작업가능한 물품들이 다르며 별표시가 높을수록 생산 효율이 좋습니다. 이 시스템 하나로 게임이 많이 쫄깃하고 재밌어집니다. 아까 비옥토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모든 재료는 제한되어 있다 했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비옥토로 무한한 재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위의 신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농장이 아예 선택지에서 보이지도 않을때도 있고, 가공 건물 없이 농장만 던져줄때도 있습니다. 비옥토는 넘쳐나는데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나무뿌리나 캐서 으적으적 씹어먹는 정착민을 볼때는 제 눈물이 핑도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플레이에 농장을 열심히 선택해놨더니 비옥토가 거의 없어서 생고기를 뜯어먹을때도 있었구요. 이렇게 아득바득 버티면서 임기응변으로 열심히 대처하다보면 어느새 평판이 가득차 정착지 하나를 졸업시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클리어는 되는게 참 재밌었습니다.

달성하고 보면 후련한 졸업장. 여기서 얻는 보상으로 플레이 특전을 부여하거나, 경험치로 레벨업하여 여러 요소들을 해금할 수 있다.

환경 파괴 했으니 혼 나야겠지?

 이런 장르에서 페널티 부여는 흔한 요소중 하나입니다. Frostpunk에서는 시행하는 정책과 선택지에 따라서 페널티가 부여되고, RimWorld는 기지 가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습격자들의 규모가 거대해지죠. Against the Storm도 비슷한 페널티가 있습니다. 바로 '숲의 적의'라고 부르는 게이지입니다.

불만 좀 그만 가지면 안되겠니 얘들아 나 너무 힘들어

 

 이 게임에서 날씨는 다음과 같이 3종류가 있습니다. 소우기, 청명기, 폭풍기. 소우기때는 지역 버프를 얻으며 청명기를 지나 폭풍기에서 페널티를 받습니다. 정착지가 개발이 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탐험을 할수록 페널티 게이지가 차오릅니다. 페널티 게이지가 찰때마다 단계가 올라가고, 단계에 따라 폭풍기의 지역 페널티가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폭풍기의 페널티를 미리미리 생각해서 방지할 수 있도록 신경써줘야합니다. 생각없이 페널티를 받게되면 정착민의 만족도가 너무 감소해서 탈주하기도 합니다. 만약 페널티를 감당하기 힘들면 돌난로에서 제물을 태우면 페널티 게이지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임시로 폭풍기만 버티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노여움을 감소시키기 위한 제물. 임시방편으로 아주 좋다.
지역마다, 난이도마다 랜덤으로 부과되는 추가 페널티들.

정착지에 너무 애정을 주지는 마세요

 게임 자체는 재밌고, 신선합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런 장르는 규모가 많이 커졌을때 그걸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부분도 있는데, 이 게임은 정착지를 보상 얻기로 쓰고 버리는 형식이라서 규모를 키울래야 키울수가 없습니다. 매번 매번 쓰고 버리는 정착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씩 남은게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결국 세계 멸망을 맞이하고, 다시 바닥부터 새로 시작해야하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파멸폭풍으로 모든게 사라진다.

그래서 추천 하나요?

 가격 3만원, 아주 참신하고 재밌는 킬링타임용 정착지 게임을 소개해봤습니다. 처음에 난이도를 낮춘뒤 조금씩 조금씩 올려가면서 도전하는 맛이 있습니다. 정착지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주 헤비하지도 않고 적당히 가벼운 기분으로 하기 좋으니, 정착지 게임을 안해본 입문자에게도 추천할만 하구요. 로그라이트류를 좋아한다면, 더욱이 좋게 다가올 게임입니다. 하지만 손수 정착지 규모를 키워가는게 더 취향이시라면, 이 게임과는 잘 맞지는 않을거에요. 그래도 맛 정도는 보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혹시나 내가 모르던 재미를 알게될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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